어떤 무신론자들이 유대/기독교의 신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다. 내용은 도대체 왜 유대인들의 신은 안식일에 일을 하나 안하냐를 가지고 그렇게 옹졸하게 화를 내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신이 있다면, 오히려 세계적인 기아나 질병 재해 전쟁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지만, 사실 성경이 말하는 율법의 참된 정신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안식일을 주신 것은 안식일이라는 법과 규정에 사람을 옭아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쉼과 자유를 주시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의 첫 번째 정신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아름다움과 선함을 즐거워하며 감사함으로 누리라는 초대입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 온갖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 가득합니다. 밝은 햇살, 시원한 바람, 계곡에 흐르는 물,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주는 숲과 나무들, 이름 모를 여름 꽃들, 노을이 그려내는 신비한 색의 조화, 상큼한 색색 과일들, 풍요로움이 넘치는 땅 ...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 속에 경험하는 쉼과 치유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끝없는 욕심 때문에 자신도 쉬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쉼과 자유를 빼앗으며,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망가뜨립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명령, 즉 칠일 중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는 하나님의 법은 이러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심에 제재를 가하시는 하나님의 ‘Stop 싸인’입니다. 하루 쉬더라도, 쉬지 않고 죽도록 일만 한 것보다 더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육일째에 두배의 만나를 얻었고 7일째에는 만나를 거두러 나가지 않아도 이틀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안식일에는 주인과 남자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였던 종들과 여인들, 나그네와 이방인들도 모두 평등하게 쉼을 누리도록 했습니다. 평등과 정의의 기초 정신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6년간 땅을 경작한 후 7년째에는 땅을 쉬게 하는 안식년 법도 같은 맥락입니다. 비록 안식년에는 농사를 짓지 못해 소출을 거둘 수 없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6년째에 두 배의 소출을 주신다는 믿음으로 안식년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안식년에 저절로 자라난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과 짐승들이 먹도록 버려두어야 했습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착취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번영하도록 하는 하나님의 지혜와 자비, 정의가 안식일 법에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안식일은 우리의 자유를 얽매려는 족쇄가 아니라, 감사와 기쁨과 자유를 누리는 축제의 날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이
온 세상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믿고, 우리가 누리는 모든 좋은 것이 그분의 손에서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삶에 참된 안식이 있습니다. 안식일을 주신 하나님은 엄하고 무서운 하나님이 아니라,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며, 온 세상의 참된 주인이십니다. 그 분을 믿고 신뢰하는 이들은 안식 없는 세상 속에, 감사와 기쁨으로 참된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배준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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