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대통령의 한 발언이 언론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고 했던 표현입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사용하기 과연 적절한 표현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오늘날 이런 식의 ‘뉴에이지적 영성’ 또는 ‘적극적 사고방식’이 대중서적과 자기계발서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흥미롭게도 오늘 드보라의 노래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바로, 별들이 하늘에서 시스라와 맞서 싸웠고, 기손 강이 이스라엘군을 도왔다는 표현입니다(20-21). 드보라는 이 구절에서 이 전쟁의 영적 차원을 시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별들과 기손" 강이 이스라엘을 도운 것일까요?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우리를 도와준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별들과 기손 강이 이스라엘군을 도왔던 이유는 드보라와 바락이 20년간 그들을 압제하던 가나안의 압제자 야빈에 맞서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나서서 돕는 사람들은 간절히 ‘자기 소원’을 성취하려는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도리어, 하나님의 편에 서서,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는 사람들을 온 우주와 천군천사들이 돕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친히 함께 싸우시는 하나님의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묵상하면서 적잖은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점점 더 위축되는 것을 봅니다. 성장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역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기독교에 냉담해지고,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속도를 교회가 따라가지 못하는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교회들은 인적 자원도, 재정이나 여건도 열악하다는 이유로 쉽게 무기력과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하나님의 편에 서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의와 공의로 세상의 악에 저항하며, 사람들을 자유케 하고 구원하는 일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고 열세라도 낙심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편에서 이 싸움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편에 서는 사람들은 복됩니다! 그들의 수고와 싸움은 반드시 승리의 열매를 거둘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7년 11-1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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