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망할 놈의 인스타’라는 표현을 가끔 듣습니다. 누가 어디서 핫하고 쿨한 경험을 했다는 자랑이 가득한 SNS 소식을 보면, 끊임없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불안하고 우울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국민 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들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요를 누리는 데 비해,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느 때보다 감사할 것이 풍성한 시대에 우리는 정작 감사를 잊고, 은혜에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축제일인 장막절은 일곱째 달 티쉬리월 15일부터 시작되는 7일간의 대축제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일곱째 달은 매우 특별합니다. 이 달 1일의 나팔절(로쉬 하샤나, 새해 첫날)과 10일의 대속죄일(욤 키푸르), 그리고 장막절(숙곳)까지 큰 축제들이 몰려 있어 긴 휴식기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일곱째 달은 오늘날의 달력으로 9월~10월에 해당되는데, 일년 중 가장 풍성하고 여유로울 때입니다. 팔레스틴에서는 이 때쯤 가을 추수가 모두 끝나고 휴식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가장 풍족하고 넉넉한 축제 기간 이스라엘 사람들은 참회하고 금식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장막절 기간에는 아예 초막을 짓고 일주일간 그 안에서 지내며 광야 시절을 기억하며 몸으로 체험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늘의 풍요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광야를 지나는 고난의 시절 동안에도 지키시고 보호하시고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신 결과라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고난의 때를 기억하고, 하나님 경외하기를 실천함으로써, 이들의 축제는 (풍성한 결실과 더불어) 진정 풍성한 감사가 넘치는 축제가 됩니다.
마르바 던은 오늘날의 사람들은 금식하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향연을 즐길 줄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금식 뿐 아니라, 모든 자발적인 고난에도 해당됩니다. 오늘 우리는 ‘고난의 기억’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은혜와 감사도 잊어 갑니다. 그러기에 가장 풍요로운 때 가장 고생하던 과거를 되새기는 훈련은 큰 영적 유익이 있습니다. 오늘의 작은 풍요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실 더 큰 복을 바라보며 전진하게 하는 힘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풍요의 시절에 은혜가 더 메말라가는 우리에게, 고난을 기억하는 자발적 영적 훈련이 다시 회복되어야겠습니다.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9년 7-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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