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중국에서 3년 남짓 생활하면서 처음 정착을 위해 중국어를 배울 때 일입니다. 대학교 어학원 과정이라 외국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서툴더라도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애쓰던 시기였습니다. 옆에 앉은 짝이랑 여느 때처럼 “오늘 아침 먹었니?”라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중국어 중에서 어떤 부분이 공부하기 어렵니?”에 이르는 고난이도(?) 질문까지 아는 문장을 총동원해서 물어보며 답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훅 치고 들어온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특별한 목적이 있겠거니 짐작하고 ‘중국어 코스를 마친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의미였을 텐데, 지레 찔려 혼란스러웠습니다. 나이 들면서 스스로에게조차 묻지 않았던 질문을 진지하게 해준 그 외국인 친구의 천진난만함이 고마웠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잊어버렸던 질문을 다시 끄집어 낼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럴드 L. 싯처의 ‘하나님의 뜻’이라는
" 잠시 교회를 떠나 있을 때면, 고통 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 - 본문 18p에서 - 신앙생활을 하면서 '꼭 교회를 다녀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일날 아침에 시간을 맞춰, 교통지옥을 뚫고 교회에 나가는 것만도 힘든데, 교회에 가면 왠지 불편하고 거슬리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때로 목사님의 설교가 마음에 안 들고, 찬양은 촌스럽거나 너무 요란하게 느껴지고, 기도는 또 왜 그렇게 긴지, 일어났다 앉았다 의미도 모를 순서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왜 내가 바쁜 시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의문이 듭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교회에서 사람에게 실망하고 관계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나 혼자 하나님 믿고, 성경 읽고, 기도하고, 말씀대로 살면서 신앙생활 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자인 필립 얀시는 어린시절 근본주의적인 미국 남부 교회에서 자라났다가, 교회에 회의를 느끼고 오래동안 교회를 떠나 방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인생의 30대에서 가장 중요했던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면 저는 아마 큰 망설임없이 제럴드 싯처의<하나님의 뜻>을 꼽을 것 같습니다. 영어 원래 제목이 더 의미심장한데, The Will of God as a Way of Life (삶의 방식으로서 하나님의 뜻)입니다. 20대에도 나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30대에 불어닥친 삶의 폭풍은 제가 감당하기도, 버텨내기도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마침 그 때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 온 저자의 글과 스토리에 큰 공감과 울림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뜻'을 인생의 크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만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와 결혼을 해야 할까, 어떤 직장에 가야 할까, 언제 집을 사고 팔아야 할까, 어디로 이사를 해야할까, 자녀가 어느 학교에 가야 할까... 이런 중요하고 결정적인(?) 문제들 말입니다. 또는, 고난의 순간에 내게 이런 일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우리의 이런 접근에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멀리 있는 것이기보다 지금 여기에 있고, 크고 결정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