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 빈무덤 앞에서

요한복음 20:1-18



 

부활절은 전 세계가 함께 축하하며 가정과 교회, 거리와 광장에서 기쁨을 나누는 절기입니다. 미국에서는 부활절 시즌이 다가오면 두 가지가 확연히 눈에 띠게 달라집니다. 첫번째, 마트 진열대의 색상이 알록달록한 파스텔 색상 위주로 바뀌고 부활절 계란을 장식할 수 있는 소품들과 파티 용품들이 엄청 쏟아져 나옵니다. 두 번째, 사람들의 옷차림이 확 바뀝니다. 그전까지 주로 칙칙하거나 어두운 색을 입던 사람들이 갑자기 밝은 핑크, 노랑, 흰색, 연두 등의 산뜻한 칼라의 옷들을 입습니다. 그래서 확연하게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는 것, 부활절 시즌이 되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부활절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들도 있습니다. 주로 계란 요리가 많고, 십자가 모양으로 장식한 부활절 빵(Cross Burn)도 먹고, 이 시즌에 가장 맛있게 숙성하는 신선한 햄을 사서 부활절 만찬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거리에는 튤립과 벚꽃 등 아름다운 봄꽃들이 부활 시즌을 알려줍니다. 교회마다 화려한 오르간과 밴드에 맞추어 힘찬 부활 찬송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주님이 부활하셨습니다’(Christ is risen)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Christ is risen indeed)라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런데 첫 번째 부활의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밝은 분위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놀라고, 당황하고, 두렵고, 혼란스러워 합니다. 부활의 첫번째 목격자인 마리아는 날이 밝기 전, 어두울 때 주님의 무덤에 가서 무덤이 빈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달려가서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제자들도 놀라 달려가서무덤이 빈 것을 확인하고, 의아해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들은 주님이 다시 살아나실 것을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부활의 주님이 예기치 않게 찾아와 만나주십니다. 부활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객관적 사건이지, 인간이 기대하거나, 주관적으로 상상한 일이 아닙니다! 너무 기쁜 일이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 기뻐할 틈도 없었던 것이 부활의 목격자들의 첫 번째 반응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부활의 주님은 왕적인 위엄과 더불어 친밀한 목소리로 내가 내 아버지,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갈 것이니 너는 내 형제들에게 가서 이 말을 전하라명하십니다. 부활의 목격자들은 주님께 경외심으로 경배하며, 주의 형제들에게 달려가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늘 부활의 아침을 맞은 우리의 상황도 첫 번째 부활의 목격자들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부활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바뀐 것 같지 않고, 부활의 승리는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그로 인한 답답함, 두려움, 막막함도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주관적 느낌과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이미 주님의 몸에 일으키신 사건입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전적으로 신적인 주권과 능력 속에 일어났고 신뢰할 수 있는 다수의 증인들이 전해 준 소식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부활의 소식을 듣고, 주님의 음성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두렵고 당황스럽고, 의심되는 마음이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부활의 주님께 겸손히 경배하며, ‘ 내가 아버지께로 가니, 너희는 가서 이 소식을 전하라하신 그 분의 말씀에 순종하고 달려가면 됩니다!

 

주님의 부활은 오늘도 여전히 세상이 들어야 할 소식입니다. 부활이 아니면, 정의와 진리와 사랑과 생명이 승리한다는 궁극적인 확신과 소망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님이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죄와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과 맞서 이길 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부활하셨고, 세상의 모든 권세를 정복한 승리의 왕이 되셨기에,  이 싸움은 반드시 우리가 승리합니다.  주님의 부활하셨기에 교회는 수없는 박해와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승리의 새날을 열어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부활의 주님을 만나 그 분의 음성을 듣고, 경배하며, 달려가는 사람들이 되기 바랍니다. 부활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모든 선한 싸움에서 낙심하지 않고 결국 승리하는 부활의 증인들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배준완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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