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성도들(특히, 젊은 세대들)의 예배 생활이 급속하게 바뀌는 것을 봅니다. 내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설교를 TV나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관행은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지만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모든 교회가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예배 쇼핑은 전세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어느 교회 예배 영상을 보고, 다음 주는 다른 유명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랜선 투어’ 정도는 애교입니다. 설교를 조금 듣다가 마음에 안 드는 표현이 나오거나 조금이라도 지루하게 느껴지면 다른 교회 채널로 금방 갈아타는 ‘순간 이동'(?) 예배도 쉽게 가능해졌습니다. 내 취향에 맞는 설교 채널 몇 개를 모아서 돌려가며 듣는 ‘비빔밥'(?) 예배도 흔해진 것을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에 예배를 어떻게 드리라고 정해 놓은 형식이 어디 있냐. 내가 은혜 받을 수 있는 설교를 찾아서 예배드리는 게 뭐가 문제냐. 오죽하면 그러겠냐’ 말합니다. 물론, 성경이 예배 형식에 대해 정해 놓은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말씀하는 원리가 있습니다. 예배는 먼저 우리를 찾아오셔서 불러주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부르심에 대한 응답과 순종입니다(창35:1). 내가 원하는 예배, 내 필요와 편리에 맞춘 예배는 가나안 종교의 특징이지만, 언약 백성의 예배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하나님이 말씀하신 곳으로 가는 수고를 동반하는 순종의 행위였습니다.
야곱이 밧단 아람에서 돌아와 세겜에 평안히 정착했을 때, 그는 가나안 주민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방심했다가 쓰라린 일을 경험합니다. 그 과정을 보면 세겜 사람들이나 야곱의 가족들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작은 죄가 더 큰 죄로 이어져 비극이 증폭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그런 야곱 가족이 언약 백성답게 회복되는 출발점은 ‘벧엘로 올라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였습니다. 자기만족적인 우상들을 버리고, 친근하게 받아들였던 가나안 문화를 수치스럽게 여겨 땅에 묻고,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집에 올라가는 순종의 예배가 이스라엘을 언약 백성답게 회복시킨 것입니다. 믿는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의 차이는 사실 한 끗발입니다. 그 코어에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예배’가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예배자입니까, 하나님을 쇼핑하는 소비자입니까?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22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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