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중요한 것

욥기 21:1-34


욥의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왠지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심지어 그들이 욥보다 내 생각을 더 잘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욥의 친구들은 사실 오늘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줍니다. 늘 정답만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입바른 충고는 잘도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경청하는 능력은 부족한, ‘정통 그리스도인의 모습 말입니다.

 

욥처럼 뜻 모를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공감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아파해 줄 누군가가 정말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 같아 믿음조차 흔들리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때 그냥 가만히 어깨를 다독여주며 함께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는 그러면 안 된다’ ‘이래야한다는 섣부른 충고와 조언을 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말들을 위로랍시고 너도나도 건넬 때 듣는 사람은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난의 무게만도 힘든데, 그런 말들 때문에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그러나 욥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그는 현실이 정답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봅니다. 그렇다고 그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의심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온갖 모순이 얽혀있는 현실을 대면하면서 하나님께 정직한 질문을 던지며, 격정적인 반응을 여과 없이 쏟아냅니다. 그래서 욥의 말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답답한 숨통을 트여줍니다.

 

진실한 위로는 정답이 아니라, 정직한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과정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는 정답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십니다. 오늘, 뜻 모를 고난을 겪고 있는 형제자매가 주위에 있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의 말을 경청해 주십시오. 하나님이 그에게 친히 말씀하실 때까지 묵묵히 기도하며 기다려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그는 어둠의 터널 속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7년 5-6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허락없는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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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maxpixel.freegreatpicture.com/photo-14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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