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둑’이 무너져 급속도로 나라가 기우는 시점이 보입니다. 바로 여로보암 2세 이후, 스가랴가 왕이 된 때입니다. 이 때부터 이스라엘의 왕들이 연거푸 모반을 당해 죽고, 짧은 시기에 왕조가 바뀌고, 외부 침략이 거세지면서 국력이 급격히 쇠퇴합니다. 이 시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동안 이스라엘을 버티게 해주었던 ‘은혜의 둑’이 다 무너진 것입니다. 첫 번째 은혜의 둑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엘리야와 엘리사 선지자의 활동입니다. 세 번째는 하나님이 예후에게 주신 약속입니다. 이 세 가지 은혜의 둑이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지켜준 최고의 방어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가 죽고, 예후 왕조가 4대간 이어지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도 여로보암 2세로 유효기간이 다 끝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스라엘을 버티게 해 줄 ‘은혜의 둑’이 남아 있지 않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때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 앞에 돌아와 은혜의 둑을 다시 쌓아야 했습니다. 여로보암 2세의 중흥기 때에 하나님이 아모스, 호세아, 요나 같은 선지자들을 통해 말씀하신 경고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굳은 마음을 의로 기경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은혜의 꿀맛에만 취해서, 은혜의 둑을 보수할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말씀을 묵상하다보니 남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의 모습이 바로 은혜의 둑이 무너진 이스라엘 같습니다. 엘리야와 엘리사처럼 주를 향한 열심과 특심으로 은혜의 둑을 쌓고 나라와 시대를 구원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은혜의 둑을 허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젊은 세대의 신앙과 가치관이 급격히 무너지고 나라 안팎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는데, 교회만 이전 시대의 단물에 취해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은혜의 둑을 다시 쌓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지 모릅니다. 지금 나는 은혜의 둑을 쌓는 자입니까, 허무는 자입니까.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7년 7-8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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