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므나에 담긴 하나님 나라의 비밀

눅19:11-27


큰 아이를 등교시키기 위해 차를 태우고 가다보면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고층빌딩들과 백화점, 고급 아파트들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를 지나게 됩니다. 길에는 수입차들이 국산차보다 더 많이 보이고, 최첨단 유행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이라 최근 유행 동향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사교육열풍의 진원지이인 학원 밀집 거리를 빠져나와 터널 하나를 지나면, 한적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교회가 우리 교회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사역하다보면, 가끔 회의가 찾아옵니다. 학부모들에겐 학원 강사의 말이 하나님 말씀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 같고, 최첨단을 달리는 물질문화 속에 교회는 빛바랜 골동품 같고, 극도로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세대에게 하나님 나라 공동체는 지극히 요원한 꿈으로 느껴집니다.

 

왕위를 받으러 떠난 주인에게서 한 므나를 받은 종들의 심정도 비슷했을 겁니다. 주위에는 온통 주인이 왕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불신과 냉소의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주인이 맡겨준 한 므나는 세상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원이라 이걸로 뭘 하나 위축되고, 위험부담도 너무 큽니다. 그러나 신실하고 충성된 종들은 그 한 므나를 가지고 믿음의 모험을 시작합니다. 주인이 돌아오기까지 온 힘을 다해서 결국 그 한 므나가 열배, 다섯 배가 되게 합니다. 그래서 주인이 돌아왔을 때 큰 칭찬과 함께 열 고을의 권세와 책임을 받습니다. 그러나 어떤 종은 주인을 불신하고 한 므나를 그냥 감춰둡니다. 한 므나를 하찮게 여긴 종은 결국 그 한 므나마저 빼앗기게 됩니다.

 

말씀을 묵상하다 이 한 므나가 우리에게 맡겨진 하나님 나라고, 복음이구나 생각됩니다. 하나님은 악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므나같이 작고 평범한 모습으로 하나님 나라를 맡겨 주셨습니다. 가룟 유다처럼 적어도 ‘30므나(?)’는 있어야 만족하는 사람, 세상의 화려한 물질적 가치를 좇는 사람에게는 초라하고 하찮게 보입니다. 그러나 한 므나가 열 므나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고, 한 므나에 충성하는 자가 그 나라의 주역이 됩니다. 이 비밀을 알면 세상과 교회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어두운 시대에 교회가 맡은 하나님 나라 복음에 신실함을 지킬 힘을 더욱 얻습니다. 결국 하나님 나라가 세상을 삼키고 영원히 다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8년 3-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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