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가족 청년과 세례교육을 할 때입니다. 첫 과인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배우면서, 주위 친구들이 하나님에 대해, 교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의 말이, 자기 친구들은 노골적으로 교회에 반감을 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교회 다닌다고 하면 뭔가 ‘트렌디하지’ 못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한 때 한국교회가 이 땅에서 그 어떤 조직보다 가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집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시대가 엄청 급변하는구나 싶습니다. 한국 교회들이 나름 유행하는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젊은 세대의 눈에는 어느새 교회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융통성 없고, 촌스러운 곳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복음 전도자로서 놀라운 융통성과 상황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그는 종들에게는 종의 모습으로 다가가고, 약한 자들에게는 약한 모습으로,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답게,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다가갑니다. 그는 다양한 전략과 유연한 태도로 스스로를 청중들의 상황에 적응시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그가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어떤 희생과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감수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집중한 단 하나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파해서 그들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바로, 복음입니다! 그는 이 목표를 집요하게 추구하며, 무섭도록 깊이 ‘본질’에 집중했기에, 오히려 놀라운 융통성과 다양하고 창조적인 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극도로 자기를 절제하면서 온갖 고된 훈련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그런 훈련과 자기 절제가 경기장 위에서 놀랍도록 자유롭고 창의적인 모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복음에 일치된 삶이라는 한 가지 높은 목표를 집요하게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희생도, 자기 절제도, 훈련도 감수할 수 있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단 한 가지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이것저것 주의가 산만하고, 욕심이 많아서입니다. 낡은 자기고집과 정말 붙들어야 할 본질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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